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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지금의 나는 누구 일까?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by 열정의 마라토너 2022. 3. 23.

3월 6일 이후 2주간 암흑의 시간을 보냈다.
3월 8일 딸아이 친구의 아빠 별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3월 9일 대통령 선거 휴일 이후에
무력감과 상실감 우울감에 2 동안 생활패턴이 무너져 버렸다.
매일 하던 운동도 칼 같이 지켰던 식단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살았다.

3월 8일 회사에서는 인사발령이 났다.
나와는 크게 관계 없는 인사발령이지만 회사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심란했나 보다.
사모펀드 경영체제 이후 급격하게 젊어진 조직은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고 확실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년의 아저씨들은 비슷한 감정 이었을것이다.
팀원이었던 후배가 아직은 한참 남았을 거 같은 후배가 몇 단계를 건너뛰고 승진을 했는데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 어려웠다. 그냥 맘을 비우고 다녀야지 하고 회사생활을 하려 했지만 맘처럼 되지 않는다.

아마도 내 안에 아직 알량한 자존심이 그리고 꼰대 마인드가 남아 있나 보다.
나란 사람이 권력과 명예욕에 빠져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감투를 쓰려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부족함을 누군가에게 투영하고 그 사람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나를 위로하며 살아갔다.
그런 부분이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발현되도록 기대하며 개표방송을 지켜봤지만
결과는 다른 사람의 응원이 더 절실했는지 나의 지지후보는 낙선하고 말았다.
허탈감에 잠을 설치고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화를 누르며 아침을 맞이했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보니 그 사람에게 너무 몰입했는지 모르겠다.
몇 번에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고 굉장히 낯설었다.
다행인 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정신을 붙잡으려 해도 좀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감정 기복은 난폭해졌고, 답답함에 펑펑 울고 싶은 불안한 상태가 며칠 동안 나를 괴롭혔다.
엄마의 목소리만 들어도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에도 심장이 움찔움찔 파도가 쳤다.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멍하게 핸드폰의 화면에 빠져 지내며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던져 봤다. 지금 나는 숨만 쉬고 있는 돈 버는 기계인가. 내가 그토록 되고 싶지 않았던 무기력한 아저씨 인가.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언제 또 이런 상태가 될지 이제 두렵다.
너무 무기력한 내가 너무 싫다. 그래서 다시 뛰어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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