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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 딸 키우기

중 1학년 딸아이와 말싸움

by 열정의 마라토너 2021. 2. 22.

지난 주말 강원도 여행 중에
딸아이와 말다툼이 있었다.

6학년 2학기때부터 짜증이 늘기 시작하더니
요 근래 짜증이 점 점 심해지는 거 같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강원도 주문진 사천항에 있는 장안회집에 물회를 먹으러 갔다.

아침식사를 일찍 했던터라 점심식사가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를 떨어졌다.

배는 너무 불렀고, 산책을 하자며 방파제와 사찬항을 인근을 걸었다.

해변을 따라 걷던중 해변과 바위섬을 다리로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사람들이 바위섬에 올라 사진을 찍고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배도 불렀기에 바위섬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바위 위에 올라 가족사진을 찍을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울퉁불퉁한 바위섬을 올라 사진을 찍었다.

가족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바위섬을 내려와 차량으로 이동하며
딸에게 말을 걸었다.

"바람 때문에 모자 날라갈뻔 했지? 식겁했지? "

딸아이가 걱정되어 말을 건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딸아이의 말은 가시 같았다.

"내 돈 주고 산거야 그러니까 잘 관리한 거야"

굉장히 공격적인 말투였다.
기분 나쁘니까 말 걸지 말라는 투 였다.

 

순간 화가 너무 났다. 내가 어떻게 얘기했는데 이렇게 버릇없이 말을 하지.?

내가 실수했는지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버릇없이 얘기하는지 물어봤다.

그냥 이란다. 이 말에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어버렸다.

"아빠가 화내면서 얘기했어?
아님 아빠가 기분 나쁘게 얘기했어?"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딸아이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다음 여행 장소까지 20분 정도 차 안 공기는
북극 찬 공기처럼 차가웠다.

장소에 도착했지만 기분이 영 아니었다.

그렇다고 막 화를 내며 혼낼 수도 없었다.

도착 후 5분 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이성의 끈을 잡고 대화를 시작했다.

 

"딸 아까 왜 그렇게 얘기한 거야?"

"아빠는 정말 모르겠는데"

딸아이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는지
아무 말도 없었다.

순간 참았던 잔소리 본능이 살아났다.

항상 강조했던 대화의 기술에서 잘못됐다.

그런 식으로 대화하면
사람들이 기분이 안 좋아진다.

이번이 한두 번이 아닌데
왜 자꾸 반복이 되는지 모르겠다.

한참을 쏟아낸 후 딸아이의 답을 듣고 싶었다.

난 딸아이에게 항상 강조했던 내용이 있었다.

"기분이 나쁘거나 감정이 상했다면 꼭 얘기 하자"

"참았던 그 감정을 나중에 표출하면 상대방이 오해하고 서로가 기분이 나빠지고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어"

그래서 다시 한번 설득하며 아까의 상황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

 

 

"아까 바위섬에 올라가기 무서웠는데 아빠가 자꾸 올라가자고 해서 무섭고 힘들었어"

"그래서 화가 났어"

딸아이의 솔직한 얘기에
내가 잘못을 했구나 싶었다.

이제 중학생이 되어서 감정이 주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어렸을 땐 이렇게 막돼먹지 않았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가는 모양이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워하는지 몰랐어. 아빠는 좋은 거 보여 주고 싶어서 그런 거야.
괴롭힐려고 그런거 아니었어"

"그 상황에서 어려운 내용을 얘기하고 힘든 부분을 얘기했으면 아빠가 이해하고 안 갔을 거야"

"그럼 너도 아까처럼 버릇없이 기분 나쁘게 얘기하지 않았을 거야"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꼭 얘기해서
풀고 지내는 게 좋아"

 

 

이렇게 중학생이 되어 머리가 커지는 딸아이와의 대화연습을 시원하게 마무리했다.

서로 사과하고 악수와 포옹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제 더 이상 아빠의 이름으로만 아이를 훈육하고 끌고 가기 쉽지 않음을 느꼈다.

아니면 와이프 얘기처럼 사춘기가 올 걸까.

딸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기가 쉽지 않음을
요즘 새삼 느낀다.

대화하고 호흡하고 대화하며 사춘기를 잘 넘기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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