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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 딸 키우기

아빠의 오지랖

by 열정의 마라토너 2021. 12. 31.

12월 30일 오후 3시경 딸에게 전화가 왔다.
그것도 엉엉 울면서

깜빡 놀라는 척 전화를 받고 사정을 들었다.
마치 처음 듣는 것 처럼
사실 와이프에게 카톡으로 사전 고지를 받았기에
내용은 알고 있었다.

자기가 방송반에서 잘렸다며 분하다며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불성실하다는 거라며 억울해하고 분해했다.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평가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같이 흥분하고 말았다.

내 자식이 100% 잘했는데 왜라는 생각보다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내가 예상하는 내용이 맞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 내용을 통보한 선생님의 처사에 화풀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딸의 심정에 빙의라도 된 듯 부들부들 떨며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우리 아이의 소속을 밝히고 방송반 담당 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다행히 바로 연결이 되었다.

최대한 흥분하지 않으려 이성적으로 얘기하려 노력했지만
듣는 쪽에서 곱게 들릴 수 있겠다 싶다.
딸아이의 평가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조직이라는 곳에서 발생되는 부분에서 과연 방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회사생활을 바탕으로 한 조직 관리론을 열변을 토해내며 한참을 통화했다.

어느 조직이나 자기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조직원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 부분을 우리 아이가 알기엔 아직 많이 어리다.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 생활하는 선배들도 아직 어리다.
그들이 생각하는 조직원의 태도나 역할이 틀렸던 것이다.

그 부분을 담당 선생님을 조율하기 어렵다.
충분히 이해한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했을 때 조직은 와해될 테니.
우리 딸에게 꼭 집어서 이게 좀 부족하니 노력해 주면 좋겠어 가 아닌
에둘러 표현했던 것을 우리 딸이 캐치 못한 것이다.

충분한 대화 후 선생님에게 무례했다면 사과드린다.
실례를 했다고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끊었다.
우리 와이프는 우리 나를 두고 오지랖이라며 누가 학교에 전화를 하냐며 핀잔을 줬다.

퇴근 후 저녁을 먹으러 딸아이와 왜 이런 일 생겼는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방송반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방송부원들의 생각 차이와
딸아이의 방송반 생활을 비교해 보니 공감을 하는 눈치였다.

한참 대화를 나눈 후에 딸아이는 그럴 수도 있겠네 라며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의 생각이 다 틀리고 기대치가 틀리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며 그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방송부 생활도 처음이고
선배들도 자기 생각만 하다 보니 서로 이해를 하지 못한 부분을 깨달았으니
한 단계 성장해서 힘든 세상 잘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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